지속 가능한 개짓거리

 우린 도파민 과다 분비의 삶을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함께하는 우리의 친구 스마트폰은 지쳐 잠들때까지 카지노의 룰렛처럼 뉴스피드에 재밌는게 뜨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우리의 시간이라는 코인을 계속해서 넣게 만든다. 이건 사실상 도박 중독과 같은게 아닐까..? 카지노 회사는 항상 돈을 번다. 그것도 꽤 많이. 그 말은 카지노를 이용하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거의 다 돈을 잃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도 거의 대부분 우리 시간만 낭비하게 만들고, 진짜 재밌거나 유용한 정보는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난다. 그 잠깐의 승리에 중독되는 것. 그것이 도박 중독이 아니면 뭘까?

 

 아무튼. 이 새로운, 굉장히 도덕적으로 해이한, 아노미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새로운 도박에 대해 아직 마땅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내 나름대로 나만의 사회운동을 시작하고자 한다. 사회운동이라기엔 나 혼자밖에 안 하니 개인운동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왜냐면 난 시간이 없는 대학원생이고, 그 중독은 스마트폰을 하지 않을때마저 우리의 지적 능력을 뺏어간다고 하기 때문이다. 인스타 브레인이란 책에서 그러더라고. 이 엄청난 개인 운동이 무엇인가 하니 바로, '아침 저녁에 스마트폰 안 보기'이다. 거기에 더해 '아침에 오늘 하루동안 무엇을 할지 계획하기'도 추가 패키지로 딸려온다. 기왕이면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면서 블로그에 오늘 계획을 쓰면 참 좋겠다.

 

 하지만 나는 안다. 우리 모두 안다. 작심삼일이라는 자연법칙이 우리를 잡아먹을 것이라는것을. 그렇기에 지금의 의지를 더 불태우기 이전에  냉정하게, 어떻게 이것을 지속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개짓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이것을 실패하게 만들 모든 요소를 나열해보자.

 

1. 아침에 출근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블로그에 쓰나요? 말도 안되는 소리 ㄴㄴ

2. 뇌가 말한다. 도파민 내놔! 대체품이라도 주든지!

3. 잠들기 전에 침착맨 삼국지를 틀어놓지 않으면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잠을 못잔다. 이건 1번과 연계되어 아침에 출근도 힘들게 만든다. 

4.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며칠 지나면 인생의 이런저런 일들에 치여 이런 다짐을 했다는 것 자체를 까먹기도 한다.

5. 사실 스마트폰을 안 보는 것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나만의 생각에 빠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좀 그랬다. 다른애들은 몰래 핸드폰 들고와서 보는데 나만 안봤거든. 혼자 막 결정론이라든지 국가란 무엇인지 정치적인 생각이라든지 이런걸 생각하다가 말하면 뭐야 왜저래라는 반응이 온 적이 있었다..

 

 이제 대책을 생각해보자.

 

1. 일단 일찍 일어나야 한다. 고등학교때는 눈 뜨자마자 책상에 앉는 습관을 가졌었다. 거의 강박적으로. 이건 스포츠랑 비슷하다.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는 시간을 초 단위로 단축해야 하는 1미터 달리기이다. 일단 트랙을 만들자. 침대에서 의자로 오는 길에 있는 물건들을 치웠다.

 

2. 껌..이라도 씹을까? 피젯스피너? 퇴근하고 싶을 때마다 문지르는 돌? 호두 만지작거리기? 손 지압볼? 손 지압볼이 좋을 것 같다.

 

3. 집에 와서도 잠이 올 때까지 연구나 공부를 하자.

 

4. 거울에 포스트잇을 붙여놨다.

 

5. 흠............난 원래 좀 이상하다. 그냥 그렇게 살자.

 

 

 일단 오늘부터 계획을 써보자. 오늘은 일단 좀 졸리고 주말이니 한시간만 더 자고 일어나서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긔...), 카페 어디 갈건지 물어보고, 정신좀 차리고, 달리기를 할 여력이 있다면 하고,  노트북 들고 카페 가서 마저 디버깅 해야 하는데 그 전에 Crout factorization부터 공부해야겠다.

 

 정말 놀라운건 글을 쓰기 시작한지 체감상 세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실제로는 한 시간도 안 지났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봤으면 벌써 12시가 넘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얼마나 내 시간을 뺏어왔던건지.. 글을 쓰자. 생각을 하자.